구독 피로의 시대, 번들링이 돌아온다
평균 가구당 구독 서비스 9.2개. 해지 방어의 시대가 끝나고 재번들링(Re-bund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
케이블 TV의 번들이 해체되고(Unbundling) 개별 구독의 시대가 열린 지 10여 년. 시장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에는 '재번들링(Re-bundling)'이라는 이름으로.
숫자가 말하는 피로
소비자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패턴이 있다. 구독 서비스 개수는 늘어나는데, '내가 뭘 구독 중인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함께 늘어난다. 관리되지 않는 구독은 곧 해지 예비군이다.
스트리밍 업계의 이탈률(Churn Rate)은 이제 산업 평균 월 5%를 넘나든다. 신규 가입자를 아무리 부어도 밑 빠진 독인 상황. 획득 비용(CAC)은 오르고 생애 가치(LTV)는 정체됐다.
구독 경제의 1막이 '소유에서 접근으로'였다면, 2막은 '관리 가능한 접근'이다.
누가 번들의 주인이 되는가
재번들링 경쟁의 본질은 '누가 청구서의 최상단에 서느냐'다. 통신사 요금제에 스트리밍을 묶는 모델, 커머스 멤버십에 콘텐츠를 묶는 모델,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끼리 직접 묶는 모델이 경쟁 중이다.
번들의 주인은 고객 관계와 결제 데이터를 가져가고, 참여자는 이탈률 감소를 얻는다. 나쁘지 않은 거래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참여자는 '채널'로 격하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
한국은 이 실험의 흥미로운 시험장이다. 멤버십 경제가 유독 발달해 있고, 커머스·콘텐츠·페이가 한 그룹 안에 수직 계열화된 플레이어가 많다.
관전 포인트는 하나다. 소비자가 번들을 '할인'으로 인식하는 순간 가격 경쟁이 되고, '큐레이션'으로 인식하는 순간 브랜드 경쟁이 된다. 어느 쪽 프레임을 선점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